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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 ( 2021.03.17 광주트러스트포럼 발표 자료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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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th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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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트루스포럼의 김은구 입니다.
오늘 광주 트러스트포럼의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전00 회장님을 비롯해서 애써주신 모든 관계자 분들께 축하와 감사의 박수를 전해드렸으면 합니다.
트러스트포럼, 트루스포럼 이름도 비슷한데요, 트러스트의 신뢰, 그리고 트루스포럼의 진실. 이 둘이 서로 중요한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존중하고 진실에 기반한 논의를 추구해 나아가면, 그 진실에 기반한 논의가 우리 안에 신뢰를 회복하게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진실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기도 합니다.
1904년 10월,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제국의 발틱함대가 영국 옆 북해의 도거뱅크 라는 지역을 지나가면서 영국의 어선을 일본의 어뢰정으로 알고 공격한 사건이 있습니다. 도거뱅크 사건이라고 하는데요. 당시 영국과 일본이 동맹관계였고 도거뱅크 지역에 일본 어뢰정이 있다는 첩보를 러시아가 입수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발틱함대가 상당히 긴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영국의 어선을 일본 어뢰정이라고 오판해서 공격한 것입니다. 이런 사실이 12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사실심사위원회에서 확인이 됐고 러시아도 실수를 인정하고 사건이 해결됐습니다.
*북해 도거뱅크의 위치
그런데 무엇이 진실인지 확인하는 것이 사실 정말로 어려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수 십년이 지난 후에야 역사적 진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한 때 6.25전쟁이 남한의 북침이라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하면서 받은 러시아 비밀문서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프랑스혁명 당시 마리앙투아네트 왕비가 굶주린 군중들을 향해서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지 그래요?’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오랜 시간이 지나서 드러났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7살 아들을 겁탈했다는 죄목으로 기소가 됐는데 이것도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좀 전에 말씀드린 도거뱅크 사건에서도 러시아가 입수한 첩보가 일본이 흘린 가짜정보였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진실을 확인하는 작업은 이처럼 지난한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존중하고, 진실에 기반한 토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것. 이것이 바로 트러스트포럼의 설립 목적이 아닌가 합니다. 트러스트포럼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고 신뢰받는 포럼의 장이 되길 기대하면서 다시 한 번 광주 트러스트 포럼의 발족을 축하드립니다.
오늘 제 발표의 주제가 ‘선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제가 선거에 관해 글을 몇 편 썼는데 문무일 총장님께서 그걸 보시고 오늘 발표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됐습니다.
선거부정에 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이에 대한 관심이 커져있는 경우도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선거에 대한 신뢰가 크게 도전을 받고 있는데요, 어떤 분들은 모든 것이 음모론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어떤 분들은 민주주의가 실제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우려 속에는 디지털 파시즘에 대한 염려가 깔려있기도 합니다. 정보통신 기술이 고도화되고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사실상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데요, 새로운 통제사회가 도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 연장선 상에서 전자장치를 이용한 선거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는 분들이 계십니다.
오늘 제가 나눌 말씀은 얼마 전에 있었던 미국이나 한국의 선거가 부정선거다 아니다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자장비를 이용한 선거에 관해서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 많은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논의들을 간략하게 돌아보면서 선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향을 함께 살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04년 미국에서 대선이 있었습니다. 당시 공화당의 조지부시가 민주당 엘고어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이 됐는데요, 이 때 부정선거 관련된 논란이 상당히 크게 제기가 됐습니다. 당시 오하이오주의 선거부정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Clint Curtis라는 프로그래머가 선거조작에 사용된 프로그램을 자신이 제작했다고 증언한 일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제기되는 선거부정 논란은 민주당이 선거를 조작했다는 것인데요, 당시에는 공화당이 선거를 조작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클린튼 커티스는 이에 관한 책을 쓰기도 하고 또 변호사가 되어서 선거에 도전하기도 했는데요 당선되지는 못했습니다.
*관련영상
2006년에는 네덜란드에서 아주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커들이 TV공개방송에서 당시 네덜란드 선거에 사용되던 NEDAP사의 전자투표기를 직접 해킹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NEDAP사는 네델란드의 다국적 기업인데요, 1970년대부터 전자투표 장비를 만들어 온 회사이고 지금도 존재하는 회사입니다. 네덜란드는 이 사건을 발단으로 선거에서 전자기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종이투표와 수개표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Rop Gonggrijp이라는 해커가 설립한 시민단체 "Wij vertrouwen stemcomputers niet"(We do not trust voting computers)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독일은 NEDAP사의 전자투표기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이들은 독일 해커그룹 Chaos Computer Club과 연대해서 NEDAP사의 전자투표기의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2009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선거에 전자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 시민들이 쉽게 검증할 수 있어야 된다. 국민의 검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전자장치를 사용한 선거는 일반국민들이 쉽게 검증할 수 없다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이버공간을 이용한 해외정부의 선거개입 가능성은 더 이상 가상의 시나리오만은 아닙니다.
2019년 옥스포드 대학에서 보고서가 하나 발표됐는데요, 이에 따르면 중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들이 해외정부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The Global Disinformation Order: 2019 Global Inventory of Organised Social Media Manipulation) 같은 해, 미 하원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정부가 자국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입안했습니다. (Stopping Harmful Interference in Elections for a Lasting Democracy Act, SHIELD Act)
* 옥스포드 대학교 보고서 링크
* SHIELD법안 링크 : https://cha.house.gov/shield-act
특히 2009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 판례는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판례는 국내에서 전자투표에 관한 판례로 소개되고 있는데 단순히 그에 한정된 판례는 아닙니다. 이 판례는 컴퓨터(전산기기)를 사용해 해킹으로 조작될 수 있는 선거의 모든 부분을 논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이 판결에 따라 투표용지를 단순히 계수하는 계수기(counting machine)의 사용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투표기계의 사용은 하자나 조작 가능성이 없음을 일반 국민들이 특별한 기술적 지식이 없이도 쉽게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판례의 취지입니다.
전자장비를 이용한 선거는 시민들에 의해 공개적으로 검증될 수 없는데, 이는 선거의 공공성이라는 본질에 반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독일은 투표소 현장 개표와 수개표를 통해 해킹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전통적인 투개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심이 있다면 누구라도 현장 개표에 참관하게 하는 것이 독일 선거제도의 기본 정신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엄격한 독일의 선거시스템마저도 또 다른 해킹 위험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2017년엔 투표결과를 입력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의 해킹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대학생들이 이런 위험을 발견하고 기사화되어 크게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정부의 선거개입을 경계하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 독일연방헌법재판소 판결문 링크 : https://www.bundesverfassungsgericht.de/SharedDocs/Entscheidungen/EN/2009/03/cs20090303_2bvc000307en.html
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전자장비를 이용한 선거를 이용하다 이를 폐지 또는 축소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에서도 NEDAP사의 전자투표기를 사용하다가 2009년에 폐지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전자투표시스템을 쓰다가 2011년 종이투표로 전환했습니다. 같은 해 노르웨이에서는 전자투표, 온라인투표에 대한 도입논의가 있었지만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핀란드에서는 2016년 국가적 차원의 검토를 통해 온라인 투표, 전자투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2016년 영국 잉글랜드는 법정 선거에 전자투표, 온라인투표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프랑스는 전통적인 투표방식을 고수해 왔는데 해외거주 국민에 대해 온라인투표를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이마저도 해킹의 위험 때문에 폐지했습니다.
* 전자장비를 이용한 투표 국가별 현황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합니다. 이 꽃을 아름답게 잘 가꾸고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선거에 대한 기술적인 조작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야하지 않을까합니다.
사이버 보안과 해킹의 문제가 고도화된 현 시점에서 어느 누구도 국민에게 기술에 대한 맹신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또한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이용한 선거의 공정성은 소수의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검증이 가능할 뿐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적인 검증가능성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좌우를 떠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을 통합하려는 진정성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공정한 선거제도를 준비하고 이에 관한 의혹을 해소하는 것 그리고 불필요한 의혹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선거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모두가 국가의 몫입니다. 국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트루스포럼은 기독교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보수주의란 결국 진실을 지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과 책임있는 자유, 거짓을 떠난 진실을 지키는 것이 보수주의의 핵심입니다.
많은 분들이 보수와 진보를 대립하는 개념으로 잘못 이해하십니다. 그런데 진보의 반대는 퇴보 입니다. 그리고 보수/보호하는 것의 반대는 파괴입니다.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파괴하는 것은 퇴보로 이어집니다. 파괴와 퇴보는 함께 가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보수와 진보도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진정한 진보는 인간의 존엄과 책임 있는 자유, 거짓을 떠난 진실의 가치가 올바로 보수되었을 때, 지켜졌을 때 이루어져 왔습니다.
진실에 기반한 신뢰의 회복. 트러스트포럼이 이 사명을 잘 감당해 가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트루스포럼 대표 김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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