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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탄핵은 국공합작에 성공했을까 - 2. 국회법 개정안과 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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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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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유권자들이 국회의원을 통해서 민원을 처리하려는 시도가 있어왔음을 언급했다.
1. 국회법 개정안과 토호들
국회의원들이 가장 들어주고싶은 민원은 어떤 것일까? 자명하게도 자신에게 표가 되는 민원, 다시 말해 자기 지역구의 사람들이 제기하는 민원이다. 지역구에 이름이 알려져있고 영향력이 큰 의원, 소위 토호들일수록 이에 대한 유혹을 크게 받을 것은 거의 명백하다. 아래의, 2016년 12월 말에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 명단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 지금 선거판을 유심히 보는 사람들이라면 눈에 띄는 이름들이 있을 것이다.
※ 탈당의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굵은 표시는 내가 개인적으로 당시 기준 지역구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했다고 생각하는 소위 토호그룹에 든다는 의원들이다(괄호는 당시 의원선수). 이 사람들이 당시 탄핵 사건에 미쳤던 영향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김무성(6), 심재철(5), 정병국(5), 강길부(4), 김재경(4), 나경원(4), 유승민(4), 이군현(4), 주호영(4), 강석호(3), 권성동(3), 김성태(3), 김세연(3), 김영우(3), 김학용(3), 박순자(3), 여상규(3), 이종구(3), 이진복(3), 이학재(3), 이혜훈(3), 홍문표(3), 홍일표(3), 황재철(3), 박인숙(2), 오신환(2), 유의동(2), 이은재(2), 장제원(2), 정양석(2), 하태경(2), 박성중(1), 윤한홍(1), 정운천(1), 김현아(1)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입법을 둔 국회 vs 행정부 간의 갈등에 대해 약간 언급하겠다; 민원은 특수한 (행정적)처분에 대한 요청이다. 하지만 입법부가 만드는 법은 일반문이다(입법이 그 자체로 얼마나 위험한 게임인지에 대한 논증으로는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이나 <법, 입법, 그리고 자유>를 읽어볼 것을 추천). 특정인을 지목하여 혜택 또는 불이익을 주는 소위 '처분적 입법'은 입법원리상 금지돼있다 - 그래서 특별법은 그 자체로 위헌이다. 입법은 최대한 '모든 국민', 그러므로 '모든 국민인 개인'을 향해서 선포되는 것이 원칙이다. 법의 요구조건을 어떻게 충족시킬지 행정처분(국가의 행동?)을 규정하는 것이 시행령이다. 시행령은 법의 대상이 누가 될 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한다. 그래서 시행령을 만드는 것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은 행정기관인 정부의 고유 권한이다.
이처럼 국회는 민원처리를 해줌으로써 표를 가져오고싶은 유혹을 항상 받고 있지만, 이는 명백히 국회의 소관이 아니다. 그랬기 때문에 민원 처리에 관한 국회법 개정안이 박근혜의 행정부와 국회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만들어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법안이 제시하는 이권이 여야 한쪽만이 아니라 '국공합작적'(=국회의 권한을 확대) - 인 것에 있었다. 국회는 항상 이런 유혹을 받는다; 당시의 인기있는 기사거리였던 정치패싸움: 정부 vs 국회에 묻혔던 기사들에 따르면 이런 법안들의 시도가 과거에도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는 것 같다.
민원관련 국회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국회의 시행령 심사권 (엄청)강화(2015년 6월): 개정국회법 제98조2의3항
변경 전: “대통령령·총리령·부령이 법률 취지·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변경 후: “대통령령·총리령·부령이 법률 취지·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선택권없음)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행정부가 제정한 시행령의 내용을 국회가 원하면 가져와서 심사하고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법률적으로 요구는 처분에의 의무를 암시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시행령을 사실상 국회가 제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2) 행정부의 민원처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할 것을 의무화(2016년 5월): 127조의3 신설 시도
국회의원 내지는 상임위가 민원을 받아서 소관 부처로 넘기면 - 이게 말이 되는 지는 차치하더라도 - 그 민원을 3개월 내로 처리하여 결과를 민원을 제기한 의원 또는 위원회로 보고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면 사실상 지역구의 중요하거나 내지는 권세가를 낀 민원의 대부분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통과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어쨌든 지역구 단위로 뽑기 때문에 국회의 지역토호화가 심화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3) 상시청문회 or 상시 국감(2016년 5월): 65조 1항 개정 시도
관련부처든 뭐든 청문회는 국회 전체 단위의 의결을 통해서 실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청문회를 한 번 여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상임위 의결만 있으면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만드는 법이다. 그러니 상임위 잘못 걸린 부처는 365일 청문회를 (당)하게 되는 것도 가능하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위 세 개 법안이 지향하는 바는 동일하다: 국회가 행정처분 - 실질적으로는 자신의(=특정) 지역구의 민원 - 을 상시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결과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권능을 갖는 것이다. 삼권분립 침범은 기본이고, 지역 토호정치는 그야말로 철옹성이 되는 것은 덤이다. 이처럼 이때 제시되었던 법안들은 그냥 딱봐도 위헌이었기 때문에 박근혜는 지속적으로 법안 재고 - 깨놓고 말해서 철회 - 를 요청했으나 결국 이 법안들은 모조리 국공합작으로 가결 되었다. 공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 비토를 할 것인가, 말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비토(veto)권은 헌법 제53조에 규정돼있다. 헌법이 보장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행사하는 데는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용가리 통뼈는 없는 법이라 상당한 정치적 압력이 따른다. 박근혜는 임기 중에 이를 두 번(절대 많은 횟수는 아님) 행사했는데, 첫 번째는 (1)에 대한 것이었고,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 (2)&(3)에 대한 것이었다. 지금은 해당 법안들이 전부 내용을 조금 바꿔서 개정 또는 신설처리 되었음을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큰 얼개는 변한게 없는 것 같으니, 다음 대통령은 180석까지도 필요없이 주요 상임위 몇 개만 장악하고 마음만 먹으면 식물이다.
2016년 하반기부터 있었던 일들과 2016년 중반에 드디어는 폭발해버린 국회와 정부간 마찰이 타임라인이 꽤 절묘하게 맞아떨이지지 않는가? 이전부터 어느정도 박정희의 향수가 있어서인지 박근혜정부에 대해서는 불통정부니 권위주의적이라느니 말이 많았지만, 여당까지 합세해서 공개적으로 언론에 대고 대통령 권한에 대한 불만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한 시점은 이때부터였다.
그런데 이 사건의 주축이 되었고 이 사건으로 인해 박근혜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 유승민은 최근에 언론사 인터뷰 등을 보더라도 당시의 법안이 뭐가 문제였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혹은 모른척 하고 있거나.
글이 짧지는 않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민원처리를 시도할 유인을 주고, 거리낌없이 이렇게 해줄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는건 이권을 탐하는 유권자들이라는 것이다.
글이 짧지는 않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민원처리를 시도할 유인을 주고, 거리낌없이 이렇게 해줄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는건 이권을 탐하는 유권자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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