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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공공의료라는 파랑새_김은구 / 월드뷰 202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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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라는 파랑새

이은혜 / 기파랑, 2021년, 296쪽

리뷰어 _김은구

BOOK REVIEW



   이론도 현실도 무시한 공공의료 정책. 이에 대한 현장의 분노가 이 책을 쓰게 했다. 대구가 고향인 저자는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다. 초음파실에서 환자를 보던 의사가 투사가 되어 현 정권의 의료·복지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왜 그랬을까?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1차 유행이 진정된 것은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의 역할분담이 효율적으로 잘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이를 ‘공공병원’의 공으로 돌리며 공공의료를 강조한다. 공공병원을 더 많이 짓고, 공공병원에 의사가 없으니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공공의료의 개념을 왜곡한 것이다. 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공공병원·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증원 등 의료사회주의적 정책들을 선전하는 동력으로 사용했다. 이에 저자를 비롯한 많은 의사들이 투사가 되어 거리로 나왔다. 이 책은 왜곡된 공공의료 논쟁의 쟁점과 의료계 현안을 정리하고 현 정권 의료·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짚어 낸 책이다. 


   1부에서는 의료사회주의 학자들이 남용하고 있는 ‘공공의료’ 개념을 바로잡는다. 의료보장이 곧 공공의료이며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에 의해 모든 국민이 이미 공공의료의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밝힌다. 그리고 한국 의료보장제도와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살피고 있다. 2부에서는 코로나19를 틈타 현 정권이 추진하는 ‘공급 확대를 통한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슬로건이 의료사회주의로 가는 길임을 폭로한다. 그리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공공의료 시스템인 국민건강보험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부록1에서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싱가폴이 운용하고 있는 의료저축제도를 소개하면서 의료저축과 안심소득제를 통해 의료·복지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할 것을 제안한다. 부록2에서는 수도권 3차 대유행이 정치방역의 결과임을 꼬집으면서 전문가 중심의 강력한 컨트롤 타워를 통해 1차 유행 당시 대구가 어떻게 코로나를 극복했는지 복기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의료시스템과 의료보장제도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만약 우리가 국가 의료시스템을 설계하는 자리에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까? 우선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시장의 가격을 통해 결정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기본권으로서의 의료서비스를 국민에게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의료보장은 국가가 공적재정을 이용해 국민의 의료기본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공적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어느 정도로 지원할 것인지,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국가마다 상이한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미국의 민영의료시스템은 외견상 시장원칙에 가장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영국은 사회보장세를 걷어 정부가 의료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 병원을 국가가 소유하고 의사들은 공무원이다. 국민은 별도의 의료비나 건강보험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독일은 세금과는 별도로 의료이용자의 재정 능력에 따라 사회보험료를 걷어 재정을 조달하고 치료시에 의료비를 지원한다. 한편 싱가폴은 국가가 주도하는 의료보장제도와는 달리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의료저축제도를 운영한다. 이는 개인의 의료비 지출을 대비해 소득의 일정 비율을 강제적으로 저축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사회보험제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가 소유한 공공병원, 개인 소유의 민간병원 모두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체결하고 건강보험의료를 제공한다. 병원은 공단으로부터 의료수가를 받는다. 관건은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의료보장은 국민의 의료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장의 기능을 보완한 제도이지만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건강한 시장기능을 적절히 활용해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얼핏 보면 공급을 증대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될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공급확대보다 구조개선과 내실화가 우선임을 지적한다. 공공의료, 무상의료에 대한 국민의 환상을 이용해 윤미향이 조민을 뽑는 공공의대가 세워지고 의료사회주의가 구축된다면 의료의 질은 하락하고 전문가 집단은 파괴되며 이념적 충성도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디스토피아로 가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일갈이다.


   무상의료는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무상의료엔 무서운 함정이 있다. 기약 없는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뇌물이 성행했고 여자들은 몸을 팔았다. 시장이 기능하지 않으면 재화·용역을 확보하는 유일한 수단은 권력이다. 공공의료는 국민 모두에게 비용 걱정 없는 양질의 기본권 의료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건강보험의료라는 모습으로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파랑새 건강보험의료. 이 파랑새를 덫에 빠뜨리지 않고 어떻게 잘 키워갈 것인지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

했다. 트루스포럼 설립자 겸 대표이다.

<snu.truth.foru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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